젖 떼기 | 15개월의 젖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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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수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8-27 01:13 조회4,600회 댓글8건본문
젖떼기 과정 공유해봅니다. 일기에 쓴글 옮겨와서 반말이라 죄송해요..
드디어 젖떼기에 들어갔다.
더 먹여도 상관은 없는 젖을 떼려는 이유는 첫째, 잠을 들고 깊은 잠을 자는데에 방해가 되는것 같아서이다. 밤중에 자주 깨는건 그렇다쳐도 (이때까지 그래왔으니..) 요즘은 젖을 물어도 젖이 입에서 빠지면 잠이 들다가도 깨버려서, 아진이는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편한 잠을 들고 싶어서 젖을 물지만 실제적으로는 잠이 드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 같다. 돌 지나고 젖에 집착을 해서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둘째는 흔히 젖떼기를 결심하는 경우가 그렇듯, 밥을 잘 안 먹으려 해서이다.
2주 전 쯤, 1차 시도를 했었다. 아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뺏어버리는 것 같아서 젖떼기를 결심하기까지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했었다. 먼저 해본 엄마들의 조언에 따라 식초를 발라서 했었는데, 인상 한번 찡그리기는 커녕 웃으면서 아무일 없었던 듯이 젖을 먹어서 어이없음으로 마무리 지었었다.
이제 신 맛은 안되겠고, 쓴 맛으로 떼야지 싶어서 황련해독탕(정말 쓴 한약이다.)을 준비해뒀다.
그러고는, 몇일 전부터 지나가는 말처럼 이제 몇일 있으면 찌찌하고 빠이빠이해야 될것 같으니 많이 먹어라고 했었다.
드디어, 어제 월요일.
혹시나 싶어서 황련해독탕을 미리 물에 좀 타서 숟가락으로 먹여봤다. 이런~ 낼름 받아먹고는 더 달라한다. 이게 아닌데.........
혹시나 싶어서 사 둔 2배 식초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놓길 잘했다.
그래도, 조금은 배려깊은 젖떼기를 해보고 싶어서 양쪽 젖에 젖꼭지가 코가 되도록 해서 사람 얼굴 모양을 그리고 친절하게 안녕하는 동작의 손까지 그려넣었다. 휴- 마음 먹기까지 힘들다.
그리고, 혹시를 대비해서 식초를 발랐다.
저녁 수유타임.
옷을 열어 보였다. 얼굴이 그려져 있으니 어리둥절한 표정.
‘아진아, 이제 찌찌가 갈거래. ’안녕, 잘가‘ 하고 인사하고 보내주자. 빠빠이.. 안녕’
하고 신랑이랑 열심히 이야기해주니, 드디어 빠빠이를 한다.
알아들었나 싶은 순간.. 다시 젖을 덥썩 문다. 그러나, 코를 톡 쏘는 식초 냄새.
이상해서 다시 쳐다보고 몇 번 입을 가까이 대어보다가 이내 물러난다. 우는 아진이를 조금 안고 어르니 다시 논다.
문제는 밤잠.....
역시, 잠재우기는 힘들었다. 잠자리에 누우니 자동적으로 젖을 찾는다. 옆에 놔둔 식초를 얼른 발라서 옷을 열어주니 역시 못 먹는다.
‘찌찌가 이상하지, 이제 아진이 컸다고 찌찌가 가서 못 먹는대’
역시나 예상대로 운다. 보통 떼쓸때 악을 쓰고 우는 것하고는 틀리다. 너무너무 서럽게 운다.
‘아진이가 찌찌 너무 좋아하는데, 이제 못 먹게 되어서 너무 슬프지..엄마가 자는거 도와줄게’
어쩔줄을 모르겠는 모양이다. 계속 앉거나 서서 운다. 서서 누워있는 내 손을 잡고 계속 일으킨다. 계속 안아 재우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안아서 진정시켜 재웠다.
40분..... 생각보다 쉽게 잠이 든다. 그래도, 첫날인데............
4시반에 한번, 6시반에 한번 이렇게 두 번 깨서 안아 재웠다.
보통때보다 깨는 횟수도 훨신 적고, 많이 울긴 했지만, 생각보다 그냥 안아서 재우는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보통 아침에는 항상 이쪽 저쪽 젖을 한참 동안이나 누워서 먹다가 일어나는데, 역시나 깨자마자 옷을 계속 올린다. 에휴~~~~
아침에 그렇게 울면서 젖을 찾는 아진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한참을 안고 어르고 달래고.. 쉽게 포기가 안되는 모양이다. 계속 옷을 올린다.
아진이를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어쩌면 우는 아진이 만큼이나 나도 아진이한테 젖주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던 것 같다. 젖 물고 있는 아진이가 너무너무너무 그립다.
‘아진아, 찌찌가 가서 슬프지, 엄마도 아진이한테 찌찌 못 줘서 너무 슬퍼’
하고는 같이 엉엉 울었다. 마음이 약해져서 줄까말까 하던 찰나..
아진이가 손을 넣어서 젖을 덥썩 잡더니 문다. 식초가 많이 날아가서 먹기 괜찮나보다.
어차피 젖도 불어서 너무 아프고, 마음이 약해져서 그냥 먹게 해줬다.
너무나도 편안하게 얌전히 오래 누워서 먹는다.
그러더니 먹는 중에 내 한 손을 잡아서 자기 뺨에 갖다댄다. 평소 내가 젖 물리면서 뺨을 어루만져 주던 동작을 생각하나보다. 뺨을 어루만져 줬다. 다시 그 손을 잡아서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머리도 쓰다듬어 달라나보다. 쓰다듬어 주었다. 마음이 너무 많이 아프다.
그냥, 두돌까지 먹일까 하는 마음이 더 많이 생긴다.
그래서, 땅땅하게 굳은 다른 쪽 젖도 내밀었더니, 식초 냄새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먹지 않는다.
오늘 낮에는 일부러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게 해 줬다. 고구마랑 바나나랑 간식도 많이 싸서 틈틈이 먹였다. 밥도 잘 먹는다.
오후 쯤 다시 칭얼대며 젖을 찾는다. 어쩔까 하다가.. 다시 옷을 열어줬는데, 아진이가 스스로 옷을 닫아버린다. 그러고는 조금 안겨 있다가 다시 논다.
그러고는 오늘, 두 번째 날의 밤잠.
안아서 열심히 재워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밤에 기분좋게 실컷 놀더니 자는 방에서 조금 뒹굴뒹굴 갑갑한지 거실에 나오더니 아빠 눕는 자리 옆에서 뒹굴뒹굴..
나도 같이 누워서 놀아주니 한참 뒹굴다가 웃고 장난치다 하며 그냥 잠들어버린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잠들기였으나, 이렇게 젖떼기에 빨리 적응해버린 우리 아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계속 너무 아프다.
오늘 아침의 마지막 수유... 마치 아진이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젖을 먹은듯 하다.
이제 이틀째라, 어찌될지 아직 몇일 더 있어봐야 겠지만, 우리 씩씩한 아진이가 너무 잘 견뎌주는 것 같아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예쁜 아가.
으흑.. 이거 쓰면서도 눈물 줄줄..
젖먹이던 시간들이 힘들긴 했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던것 같아요...
* 디노재이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08 03:30)
댓글목록
현우마미님의 댓글
현우마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눈물글썽.. 전 마지막 수유를 마지막인 줄 모르고 했던터라 아진이의 마지막 젖먹기가 정말 안쓰럽고 대견하고.. 아휴.. 그 허전한 마음이 느껴져요..
정말 젖떼기하면 아기는 잘 적응하는데 엄마가 더 적응하기 힘든거 같아요.
꼬물거리면서 젖먹던거 너무 이쁘고..
아진이도 대견하고, 아진맘님도 힘내서 단유 성공하세요.
라현밥그릇님의 댓글
라현밥그릇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눈물 글썽...
한쪽 젖이라도 돌까지 먹이고 싶었는데 갑자기 젖이 마르고 있어서
저도 오늘내일 빠빠이 해야해요...젖먹이는거 너무 행복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제가 젖먹이기에 집착하고 있네요. ㅜ.ㅜ
씩씩한 아진이가 엄마젖 빠빠이 하고 밥 잘먹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래요~
똥글엄마님의 댓글
똥글엄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참 다행이네요. 저도 마지막인줄 모르고 했던 마지막 수유. ㅜㅜ 엄마도 금방 회복되실 거예요.
승윤맘님의 댓글
승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좀 지나보세요...ㅋ(분위기를 깨는 발언인듯,,)
승윤인 26개월,,,ㅋ쮸쮸를 쥐고 잡니다.
근데, 이 쮸쮸가 어찌나 짝 달라붙었는지,,,ㅋㅋㅋ
먹는것보다, 쥐는게 더 나쁜 듯,,,ㅋ간혹,,,징그러,,,
여치맘님의 댓글
여치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저는 모유도 안먹였는데 왜 이 글 보니 눈물이 날까요... ㅠ_ㅠ
마마리님의 댓글
마마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에휴..저도 눈물 막 흘리면서 젖뗀게 한달되었네요..울딸은 이제 17개월..아직도 젖 먹이던 때가 그립습니다. ㅠㅠ 기운내요~~
소정맘님의 댓글
소정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흑..18개월 우리딸도 이제 단유준비중이에요..
저두 눈물날라그래요 ㅠㅠ
찌찌먹는 우리딸 너무이쁜데..그런맘에 젖못떼면 그건 엄마의 욕심이겟죠..ㅠ
수인맘님의 댓글
수인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넘 맘아파요. 눈물이 저절루 주루룩~~
전 벌써 10개월 수인이 젖먹이면서 단유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지더라구요
넘 맛있게 엄마 찌찌 먹는거 사랑스러운 아들인데..
이제 두달후면 못본다고 생각하니 아~~ 그냥 더 먹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