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손빨기 떼기-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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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st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11-26 09:26 조회6,950회 댓글3건본문
특별히 어떤 방법을 쓴 건 아닌데, 정말 혼자 알아서 떼게 되었어요.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어서 개인 블로그에 써두었던 걸 옮겨둘까 합니다.
손빨기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먼저 제 딸램의 손빨기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생후 2개월 때부터 오른손 엄지를 빨기 시작해서
졸릴 때면 항상 스스로 손을 빨며 조금씩 안정을 찾곤 했어요.
신생아 때부터 워낙 잠 때문에 고생을 했던지라
손가락을 빨더라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재울 수 있는 게
고마워서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고요.
모유를 먹던 아가라 그런지 공갈젖꼭지는 본 체 만 체 했더랬죠.
그 후로 주로 졸릴 때 쭉쭉 소리도 우렁차게-_- 빨곤 했는데
점점 클 수록 빠는 힘도 좋아져서 그런지 손가락 상처도 점점 심해지고;
18개월 즈음엔 닥터썸을 끼워봤더니 버럭질이 장난이 아닌데다-_-
화가 많이 나면 집게손가락을 빨려고 들기에 이건 아닌갑다 해서 바로 뺐더랬어요.
게다가 문제는 졸릴 때만 손빨기를 했는데,
점점 혼자 놀 때에도 손을 빨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앞니 돌출로 치아교정을 했던 터라
치열에도 문제가 있지는 않을지 염려도 되고,
손가락 상처도 점점 심해지고...
그러던 차에 변화가 생겼어요.
아래 글부터는 블로그에 기록해 둔 그대로를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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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18. (1일째)
퇴근해서 친정에 가봤더니 기린이가 쪼르르 달려와서는
다짜고짜 오른손 엄지를 내밀었다.
졸릴 때면 늘 열심히 빨던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는데
그걸 또 깨물다보니 그예 상처가 나서 갈라 터져 있었다.
엄마 말씀이 제법 아픈 모양인지 오늘은 낮잠 잘 때에도
손을 안 빨고 계속 할머니, 이모야, 할부지한테 계속
손가락을 보여주고 다녔다고 한다.
아이구 우리 예삐 손가락이 아팠져? 우쭈쭈쭈~
하면서 밤잠 재울 때 고생 좀 하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밤잠을 재우려는데 손가락을 못 빨게 되니
짜증이 보통이 아니다. 손빨기가 1차 진정의식이고
엄마 팔을 어루만지면서(=쥐어뜯으면서-_-) 자는 게
2차 진정의식인데 1차적 요건이 충족되질 않으니
엄마 팔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리저리 뒹굴고 발을 굴러대고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면서 엄마 아빠 팔을 할퀴고 두 시간 반을
넘게 울어댔다(아래 윗집에서 인터폰 오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음).
신기한 건 그 와중에도 손가락을 입에 넣으려 하지는 않았다는 거.
무의식중에 넣었다가도 바로 빼고는 손가락을 잠시 망연자실 바라보다
다시 화를 내기 시작하는 식이었다.
결국 밤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그야말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도 몇 번씩 깨서는 온갖 짜증과 울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2010. 10. 19. (2일째)
낮 동안에는 한 번도 안 빨았다고 한다.
원래 놀 때는 잘 빨지 않고 졸릴 때만 손을 빨았기에
좀 수월한 면도 있는 듯. 밤잠도 30여분 만에 상황 종료.
한번씩 아련하고 서글픈 눈길로 제 손가락을 바라봐서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결국 잘 참고 잠이 들었다.
대신 내 팔만 딸램의 손톱자국으로 엉망진창….
2010. 10. 20. ~ 21. (3~4일째)
밤잠도 10분만에 잠들었다!! 이게 웬일?
아무래도 낮 동안 할머니랑 두 시간 넘게 공놀이하고
체력을 방전시킨 덕분인 듯. 이렇게 손빨기를 뗄 수 있으면 오죽 좋을꼬.
2010. 10. 22. (5일째)
낮에 한 두 번씩 손가락을 입에 넣기에 ‘어?’하고 한 마디
했더니만 바로 화들짝 빼더란다. 밤잠 잘 때보니 살짝
넣으려고 하기에 어쩌나 싶어 그냥 지켜봤더니만 곧바로
빼고는 두 눈을 꼭 감고 살짝 짜증을 낸 후 다시 내 팔에
매달린 채 잠들었음. 내 딸램이지만 이제 20개월차
진입한 녀석이 독하긴 독하구나; 라는 생각이….
2010. 10. 23. (6일째)
낮에는 역시 괜찮다가 밤잠 잘 때 그동안의 욕구불만이 폭발!
한 시간 동안 온 집안이 떠나가라 울부짖고 짜증을 바락바락
내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도 손은 안 빨았음. 대신 화가 난 채로
엄지랑 집게손가락을 깨물려고 해서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듯.
2010. 10. 28. (11일째)
손가락은 빨지 않는다. 물론 상처야 다 낫기도 나았고,
살짝 입에 넣었다 빼는 걸 보면 이젠 빨아도 아프지 않다는 건
알고 있는데 신기한 건 그전처럼 열심히 빨지 않고 그냥 포기함.
고 조그만 머리로 뭔가 깨달은 게 있는 걸까? 닥터썸 끼워줬을 때
집게손가락을 빨려고 드는 바람에 기겁해서 손빨기 떼는 것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아직 섣불리 단정할 수 없고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렇게나
좋아하던 손가락을 더 이상 안 빨고 두 눈 꼭 감고 버텨내는 걸 보면
우리 딸램을 믿어줘도 될 것 같다.
2010. 11. 1. (15일째)
새벽녘 선잠 깬 후 잠 연장이 여의치 않아 주말 내도록 짜증을
엄청 냈다(덕분에 주말 밤잠은 도통 못 잤다). 그래도 손 안 빨고
잘 견디고 있으니 그게 어디여. 외할매의 2대 걱정(손빨기, 말 안 하는 거) 중
하나가 이렇게 해결되고 나니 이제 예의 그 ‘말은 언제 할 거야???’
공격이 (내게로) 시작되고 있다. 손빨기도 이렇게 지 알아서 떼고 있는데
말도 때 되면 어련히 하겠지? (눈치는 이미 9단이건만;) 장하다 우리 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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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손을 안 빨고 있으니
손빨기를 완전히 뗀 거라고 봐도 되겠지요?
아이들 성향에 따라 기다려주면 알아서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약간의 도움을 주면 더욱 잘 하는 경우도 있고...
결국 모든 판단은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 아빠가 내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비록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지만요.
그래서 아직 말문이 안 트인 것도 좀 기다려보면 어떨까 싶은데
어른들 성화가 장난이 아니네요. ^^;;;;;
* juliee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10 11:55)
댓글목록
꼬망이네님의 댓글
꼬망이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서연이도 백일무렵부터 시작된 손빨기가 비슷한 이유로 떼게 된 경우에요..
17개월까지도 계속되었는데, 그 무렵부턴 역시나 손톱도 조금 변형이 생기고, 손가락도 갈라짐등으로 상처가 생기기 시작할 때였어요..
우연히, 깨진 그릇을 아차한 순간에 서연이가 만지는 바람에, 다친 손가락이 왼쪽 엄지였고, 그 날 부터 바로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게 되더라구요,
서연이도 손가락빨기가 잠자기 의식중 필수종목(?)이어서, 며칠 찡찡거림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생각보단 쉽게 손가락 빨기를 떼게 된 경우였어요..
지금은 33개월이구요, 물론 손가락은 그 때 이후로 전혀 빨기 않는답니다..
맞아요, 당사자인 아이와 엄마는 느긋했는데, 어른들이 더 성화시죠..^^
도건맘님의 댓글
도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건이도 Estel님의 아가와 똑같은 시기에 엄지를 빨기 시작했고
저 또한 똑같은 이유로 손빨기를 적극 권장(^^)했으며
지금은 꼭 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변인들의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한마디때문에
도건이가 스트레스 받는 지경입니다..
도건이 엄지가 또 빨갛게 부었어요...
그리되면 보는 사람(모르는 사람에게도 )마다 자기 손가락을 보여줍니다...ㅋㅋ
닥터썸도 써봤는데 제가 떼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어서
상처난거 낫고나서 다시 빼줬어요...
사실 닥터썸을 맛나게 빨더라구요^^
두돌이 될무렵 기저귀를 먼저 떼고나면
그 다음에 떼볼까 생각중이예요...
저는 7살때까지 빨았다고 하니 뭐...저 닮았나봐요...
그래도 도건이도 자연스럽게 뗄수 있음 좋겠네요....
부럽부럽~~~
Estel님의 댓글
Estel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사실 저도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가급적 아이 앞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어른들도 무조건 못 하게 말리기보다는 손을 빨려고 한다 싶으면 밀가루 반죽이나 장난감을 꺼내준다든가 책을 읽자고 딴 행동으로 유도한다든가 이런저런 노력을 하셨더라고요. 아이 스스로 어떤 계기가 되어 깨닫게 되면 제일 자연스럽고 좋게 해결이 되니까 어른들이 어느 정도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