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월 | 진경이 3~4개월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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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경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02-09 13:50 조회5,488회 댓글5건본문
* 구체적인 시간표는 아직 집계 및 결산(?)하지 못했고, 제 블로그에 정리한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E. 먹이기
백일 전까지 가장 신경이 쓰였던 문제는 단연 먹이기이다. 우리는 특히 젖양 부족으로 아기 몸무게가 팍팍 떨어졌던 터라, 먹이기 문제에 극도로 민감했다. 한달째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가니 생후 0.5kg도 늘지 않았다. 매일같이 저울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0.1kg 변화에 울고 웃었지만 두달째까지도 1kg가 채 늘지 않았다.
젖이 부족해 아기가 하루에 2~30번 젖을 찾는데, 모유수유 상담 사이트에서는 "젖은 늘게 마련이니 무조건 물려라"는 말만 반복하였고 친정엄마는 찔끔찔끔 먹는다며 굶겨보라고 하였다. 아기가 충분히 먹지 못해서 녹변 증세에 붉은 소변까지 보이자 우리는 고육지책으로 "한번 수유 후 한시간 안에는 젖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을 세우기도 했었다. 왜 그렇게 주먹구구식이었고 왜 그렇게 풍문은 많았는지. 모유수유 전문의가 있는 소아과를 진작 찾아가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
결국 찾아간 소아과에선 모유 분유 혼합 수유를 권했고 우리는 바빠졌다. 하루3번 모유촉진약을 먹고, 매수유 후 15분씩 유축했으며, 매수유 후 그 유축한 젖을 아기에게 먹이고, 또 매수유 후 유축기 부품을 설겆이하고 소독하였다.(아기가 5개월이 될때까지 하루 6번 이짓을 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바빴다.)
그러다 아기가 무지하게 젖을 찾아대는 급성장기(3주/6주/9주/12주)를 지나면서 수유가 3시간 간격, 하루6번 정도로 규칙성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수유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6개월, 8개월 무렵에 급성장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아참, 혼합 수유를 시작하고 나서 아기가 젖을 거부하고 젖병만 찾는 유두혼동 때문에 한달 정도 애를 먹었다. 거부한다고 온화하게 표현했지만 기실 젖을 안 물겠다고 버티며 몇십분이고 발악했던 지라 늘 겁이 났었다. 친정엄마는 이제그만 젖을 끊으라고 설득했고 나도 아기 아빠에게 "내일부터 젖 끊는다"고 엄포를 놓곤 했지만, 그럭저럭 지금까지 젖을 먹이고 있다. 유두 혼동에 좋다는 비싼 젖꼭지를 쓰고 젖보다 젖병을 먼저 물리는 방식으로 아기와 타협한 결과다^^
S. 재우기
먹는 것이 자리를 잡자 자는 것도 자리 잡았다.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지, 졸려서 우는지 구분하는 것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그전에는 아기가 울면 무조건 물렸다.)
따라서 육아책 <베이비 위스퍼>에서 제안한 먹고-놀고-자고 하는 리듬이 잘 형성되었다. 먹는 것이 6번이니 잠도 6번 잤다.(낮잠 4~5번과 밤잠) 낮잠은 매번 30분~1시간 정도 잤는데 이 때가 엄마와 아빠의 자유시간이었다. 부부는 모처럼 느긋하게 밥을 먹으며 행복했다.
엄마아빠의 재우기 실력도 향상되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기가 엄마 아빠의 재우기에 잘 적응하여서, 슬링(속싸개도 겸함)과 자장가, 백색소음을 이용한 재우기가 잘 먹혔다. 대개 30분 이내에 잠이 들었다.(물론 더 빨리 잠이 드는 착한 아가야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잘 포착하는 것이다. 진경이는 이 무렵 깨어난지 1시간 10분이 지나면 눈두덩이가 빨개지면서 잠오는 신호를 보내곤 했다.(주의! 아기 월령이 커지면서 깨어서 버틸수 있는 시간도 1시간 10분->1시간 30분->2시간->2시간30분->3시간...으로 길어지는데, 잠오는 신호가 이때마다 곧잘 바뀌어서 엄마 아빠를 헷갈리게 만든다.)
잘 나가다... 백일 무렵!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본래 백일에는 "잘 자던 아기가 바뀐다"는 풍문이 있다. 우리의 평화도 위협받았다. 분명히 주기에 따라 하루 4~5번씩 낮잠을 재웠건만 저녁만 되면 아기가 어쩐지 피로에 찌든 기색으로 두어시간씩 울거나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부쩍 안아달라고 졸랐다.
주변에선 아기가 손을 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와서 말이지만, 손을 탄 아기란 허구다. 이 말에는 아기의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그러나 아기가 우는 것은 필요해서이고, 안아달라는 것 역시 필요해서이다.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거나 안아달라고 표현하는 것 뿐이다. 엄마 아빠는 아기의 언어를 해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백일 즈음 잠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잠의 규칙성만으로는 아기의 피로를 풀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기 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핑키맘의 도움으로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하다.
백일 즈음인 약 8주~12주는 엄마 몸에서 받아나온 잠 호르몬(멜라토닌 호르몬)이 바닥나서 아기가 제 힘으로 자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무렵 낮잠을 재우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때는 잠이 들기도 어렵고 1사이클(45분)을 넘기지 못하고 깨기가 쉽다. 그래서 잠잘때 규칙적인 의식을 가져서 아기의 잠 준비를 돕고, 45분 무렵에는 아기가 잠을 연장시킬 수 있도록 역시 도와주어야 한다.(승률은 반반이다)
이때 진경이처럼 아기가 30분 이하로 자면 얕은 잠에서 깊은 잠에 돌입하지 못한 것이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면 아기는 피로한 상태가 된다. 피로한 아기는 또다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자 아기 잠에서 중요한 명제는, "깊은 잠을 재워라"는 것이다.(낮잠은 45분 이상, 밤잠은 되도록 일찍)
백일 이후부터 4개월까지 진경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그 이유를 지금은 안다. 밤잠은 10시 전후로 잤고 낮잠은 전부 합쳐봐야 2시간이 안되었다.(9개월이 넘은 지금도 낮잠은 하루 3시간 이상씩 자야 피로해 하지 않는다.) 낮잠도 밤잠도 충분하지 못하니 아기도 엄마도 피곤에 찌든 날들이었다.
A. 놀기
아빠 블로그에 잘 올라와 있지만 이 무렵부터 비로소 놀기 다운 놀기가 시작되었다. 엄마아빠를 완전히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앞에서 사람이 어르면 웃기 시작했다. 애써 손을 뻗으며 딸랑이나 손가락을 쥐려고 노력했다. 헝겊애벌레나 아기체육관 같은 장난감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처음으로 딸랑이를 쥐던 순간도 감동이었고, 아기가 젖을 먹다 처음으로 손을 뻗어 엄마의 안경을 당겼을 때도 감동이었다.(덕분에 엄마 안경은 지금까지 진경이의 장난감이다.)
그리고 이무렵부터 가끔 카시트나 범보의자처럼 등이 있는 의자에 기대 앉혀 두기도 했다. 오래 앉혀 두는 것이 아직 좋지 않은 월령이지만 엄마아빠가 밥이라도 먹으려면 앉혀 둘 수 밖에 없었다.
Y. 엄마
엄마는 가끔 아빠나 외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겨두고 외출을 하기도 했다. 병원 진료를 받고 안경을 맞추거나 머리를 자르기 위한 경우였다. 그러나 모처럼의 외출에도 마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언제나 허겁지겁 뛰어 다니곤 했다. 아직은 2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때이기도 했지만, 내가 없으면 아기가 굶는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스트레스였다.
이스트 감염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미련하게 수유할때마다 젖이 아픈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있었다.)
엄마의 기억력이 상당히 안좋아서 간단한 것도 메모를 해야만 했다. 지금 보면 우습지만 "세수할 것" "양치질할 것" 이런 것을 잔뜩 써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었다. 이런건 애교 수준이지만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 먹는 것도 매번 까먹고 저녁이면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기억력 뿐 아니라 판단력도 둔해졌다. 아기가 울면 신경이 날카로와질뿐,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역시 생전 처음 경험하는 스스로의 상태에 당황하고 우울했다. 백일이 다되어서야 "이젠 아기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육아일지에 적을 수 있었다.
또 당시 육아일지엔 "모유 먹이고 앉아만 있는 시간을 활용할 수 없을까"라고 적혀 있다. 나중엔 "재우는 시간을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뭐가 그리 조급했을까. 아무튼 공중에 떠 있는 책이나 컴퓨터 같은 발명품이 빨리 나오길 기대했다.
특히 이 무렵은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 시기였다.
아기를 낳기만 하면 아기와 엄마는 바로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에 돌입한다는 생각을 나 역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초기 육아일지엔 "아직 교감이 없다. 동물적 관계?"라는 실망이 잔뜩 배어 있다. 그러다 두달이 지나면서 "이젠 웃는다"고 좋아했다. 아기가 슬쩍 웃는 걸 보기 위해 그 앞에서 각종 재롱을 마다하지 않았다.(내가 이럴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 엄마아빠에게만 보내는 아기의 미소와 전적인 신뢰에 감동을 먹게 된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 아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이 "백일"이 갖고 있는 진짜 의미이다. (아기가 갑자기 잠을 잘 자게 된다거나 아기 돌보는 수고가 덜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E. 먹이기
백일 전까지 가장 신경이 쓰였던 문제는 단연 먹이기이다. 우리는 특히 젖양 부족으로 아기 몸무게가 팍팍 떨어졌던 터라, 먹이기 문제에 극도로 민감했다. 한달째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에 가니 생후 0.5kg도 늘지 않았다. 매일같이 저울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0.1kg 변화에 울고 웃었지만 두달째까지도 1kg가 채 늘지 않았다.
젖이 부족해 아기가 하루에 2~30번 젖을 찾는데, 모유수유 상담 사이트에서는 "젖은 늘게 마련이니 무조건 물려라"는 말만 반복하였고 친정엄마는 찔끔찔끔 먹는다며 굶겨보라고 하였다. 아기가 충분히 먹지 못해서 녹변 증세에 붉은 소변까지 보이자 우리는 고육지책으로 "한번 수유 후 한시간 안에는 젖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을 세우기도 했었다. 왜 그렇게 주먹구구식이었고 왜 그렇게 풍문은 많았는지. 모유수유 전문의가 있는 소아과를 진작 찾아가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
결국 찾아간 소아과에선 모유 분유 혼합 수유를 권했고 우리는 바빠졌다. 하루3번 모유촉진약을 먹고, 매수유 후 15분씩 유축했으며, 매수유 후 그 유축한 젖을 아기에게 먹이고, 또 매수유 후 유축기 부품을 설겆이하고 소독하였다.(아기가 5개월이 될때까지 하루 6번 이짓을 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너무 바빴다.)
그러다 아기가 무지하게 젖을 찾아대는 급성장기(3주/6주/9주/12주)를 지나면서 수유가 3시간 간격, 하루6번 정도로 규칙성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수유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6개월, 8개월 무렵에 급성장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아참, 혼합 수유를 시작하고 나서 아기가 젖을 거부하고 젖병만 찾는 유두혼동 때문에 한달 정도 애를 먹었다. 거부한다고 온화하게 표현했지만 기실 젖을 안 물겠다고 버티며 몇십분이고 발악했던 지라 늘 겁이 났었다. 친정엄마는 이제그만 젖을 끊으라고 설득했고 나도 아기 아빠에게 "내일부터 젖 끊는다"고 엄포를 놓곤 했지만, 그럭저럭 지금까지 젖을 먹이고 있다. 유두 혼동에 좋다는 비싼 젖꼭지를 쓰고 젖보다 젖병을 먼저 물리는 방식으로 아기와 타협한 결과다^^
S. 재우기
먹는 것이 자리를 잡자 자는 것도 자리 잡았다.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지, 졸려서 우는지 구분하는 것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그전에는 아기가 울면 무조건 물렸다.)
따라서 육아책 <베이비 위스퍼>에서 제안한 먹고-놀고-자고 하는 리듬이 잘 형성되었다. 먹는 것이 6번이니 잠도 6번 잤다.(낮잠 4~5번과 밤잠) 낮잠은 매번 30분~1시간 정도 잤는데 이 때가 엄마와 아빠의 자유시간이었다. 부부는 모처럼 느긋하게 밥을 먹으며 행복했다.
엄마아빠의 재우기 실력도 향상되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기가 엄마 아빠의 재우기에 잘 적응하여서, 슬링(속싸개도 겸함)과 자장가, 백색소음을 이용한 재우기가 잘 먹혔다. 대개 30분 이내에 잠이 들었다.(물론 더 빨리 잠이 드는 착한 아가야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잘 포착하는 것이다. 진경이는 이 무렵 깨어난지 1시간 10분이 지나면 눈두덩이가 빨개지면서 잠오는 신호를 보내곤 했다.(주의! 아기 월령이 커지면서 깨어서 버틸수 있는 시간도 1시간 10분->1시간 30분->2시간->2시간30분->3시간...으로 길어지는데, 잠오는 신호가 이때마다 곧잘 바뀌어서 엄마 아빠를 헷갈리게 만든다.)
잘 나가다... 백일 무렵!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본래 백일에는 "잘 자던 아기가 바뀐다"는 풍문이 있다. 우리의 평화도 위협받았다. 분명히 주기에 따라 하루 4~5번씩 낮잠을 재웠건만 저녁만 되면 아기가 어쩐지 피로에 찌든 기색으로 두어시간씩 울거나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부쩍 안아달라고 졸랐다.
주변에선 아기가 손을 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와서 말이지만, 손을 탄 아기란 허구다. 이 말에는 아기의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그러나 아기가 우는 것은 필요해서이고, 안아달라는 것 역시 필요해서이다.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거나 안아달라고 표현하는 것 뿐이다. 엄마 아빠는 아기의 언어를 해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백일 즈음 잠 문제가 불거진 것은, 잠의 규칙성만으로는 아기의 피로를 풀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기 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핑키맘의 도움으로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하다.
백일 즈음인 약 8주~12주는 엄마 몸에서 받아나온 잠 호르몬(멜라토닌 호르몬)이 바닥나서 아기가 제 힘으로 자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무렵 낮잠을 재우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때는 잠이 들기도 어렵고 1사이클(45분)을 넘기지 못하고 깨기가 쉽다. 그래서 잠잘때 규칙적인 의식을 가져서 아기의 잠 준비를 돕고, 45분 무렵에는 아기가 잠을 연장시킬 수 있도록 역시 도와주어야 한다.(승률은 반반이다)
이때 진경이처럼 아기가 30분 이하로 자면 얕은 잠에서 깊은 잠에 돌입하지 못한 것이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면 아기는 피로한 상태가 된다. 피로한 아기는 또다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자 아기 잠에서 중요한 명제는, "깊은 잠을 재워라"는 것이다.(낮잠은 45분 이상, 밤잠은 되도록 일찍)
백일 이후부터 4개월까지 진경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그 이유를 지금은 안다. 밤잠은 10시 전후로 잤고 낮잠은 전부 합쳐봐야 2시간이 안되었다.(9개월이 넘은 지금도 낮잠은 하루 3시간 이상씩 자야 피로해 하지 않는다.) 낮잠도 밤잠도 충분하지 못하니 아기도 엄마도 피곤에 찌든 날들이었다.
A. 놀기
아빠 블로그에 잘 올라와 있지만 이 무렵부터 비로소 놀기 다운 놀기가 시작되었다. 엄마아빠를 완전히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앞에서 사람이 어르면 웃기 시작했다. 애써 손을 뻗으며 딸랑이나 손가락을 쥐려고 노력했다. 헝겊애벌레나 아기체육관 같은 장난감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처음으로 딸랑이를 쥐던 순간도 감동이었고, 아기가 젖을 먹다 처음으로 손을 뻗어 엄마의 안경을 당겼을 때도 감동이었다.(덕분에 엄마 안경은 지금까지 진경이의 장난감이다.)
그리고 이무렵부터 가끔 카시트나 범보의자처럼 등이 있는 의자에 기대 앉혀 두기도 했다. 오래 앉혀 두는 것이 아직 좋지 않은 월령이지만 엄마아빠가 밥이라도 먹으려면 앉혀 둘 수 밖에 없었다.
Y. 엄마
엄마는 가끔 아빠나 외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겨두고 외출을 하기도 했다. 병원 진료를 받고 안경을 맞추거나 머리를 자르기 위한 경우였다. 그러나 모처럼의 외출에도 마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언제나 허겁지겁 뛰어 다니곤 했다. 아직은 2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던 때이기도 했지만, 내가 없으면 아기가 굶는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스트레스였다.
이스트 감염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미련하게 수유할때마다 젖이 아픈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있었다.)
엄마의 기억력이 상당히 안좋아서 간단한 것도 메모를 해야만 했다. 지금 보면 우습지만 "세수할 것" "양치질할 것" 이런 것을 잔뜩 써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었다. 이런건 애교 수준이지만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 먹는 것도 매번 까먹고 저녁이면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기억력 뿐 아니라 판단력도 둔해졌다. 아기가 울면 신경이 날카로와질뿐,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역시 생전 처음 경험하는 스스로의 상태에 당황하고 우울했다. 백일이 다되어서야 "이젠 아기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는다"고 육아일지에 적을 수 있었다.
또 당시 육아일지엔 "모유 먹이고 앉아만 있는 시간을 활용할 수 없을까"라고 적혀 있다. 나중엔 "재우는 시간을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뭐가 그리 조급했을까. 아무튼 공중에 떠 있는 책이나 컴퓨터 같은 발명품이 빨리 나오길 기대했다.
특히 이 무렵은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 시기였다.
아기를 낳기만 하면 아기와 엄마는 바로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에 돌입한다는 생각을 나 역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초기 육아일지엔 "아직 교감이 없다. 동물적 관계?"라는 실망이 잔뜩 배어 있다. 그러다 두달이 지나면서 "이젠 웃는다"고 좋아했다. 아기가 슬쩍 웃는 걸 보기 위해 그 앞에서 각종 재롱을 마다하지 않았다.(내가 이럴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백일이 지나면 엄마아빠에게만 보내는 아기의 미소와 전적인 신뢰에 감동을 먹게 된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 아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이 "백일"이 갖고 있는 진짜 의미이다. (아기가 갑자기 잠을 잘 자게 된다거나 아기 돌보는 수고가 덜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댓글목록
juliee님의 댓글
juliee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세수할 것, 양치질 할 것... ㅋㅋㅋ. 정말 그런 때가 있긴 있었죠? 잠옷도 안 갈아입고, 여성이기를 완전히 포기한...
명연맘님의 댓글
명연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앗, 오늘 세수와 양치를 잊었습니다. 속삭임질 끝나면 바로 해야징~
하윤맘님의 댓글
하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호호~
저도 오늘 뭔 반찬 만들지까지 적었다니까요...아 넘 똑같아요~
모유먹이는 시간동안 요즘 속으로 히라가나 단어공부합니다 ㅋㅋ
준용맘님의 댓글
준용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지금 제가 딱 요 시기라.. 열심히 읽었습니다. 도움 많이 될것 같네요.
채원마미님의 댓글
채원마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 정말 공감!!! 전 무식하게 모유수유를 고집하였고,, 결과는 성공이었어요.. 눈물나던 시기였죠. 지금은 무엇보다 EASY 자리잡는게 목표인데.. 잘 안되네요... 그래도 글이 너무나 도움이 되었어요.. 마음가짐부터 차근차근..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