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개월 | 14.5개월 진경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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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경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02-13 17:43 조회2,531회 댓글8건본문
아침 6시30분.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던 아이가 엄마 쭈쭈를 파고든다. 기상 신호이자 아침 수유다. 엄마는 비몽사몽 계속 잔다. 엄마 쭈쭈를 먹고 나자 아이는 징징대기 시작한다. 나가 놀자 이거다. 엄마 아빠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이는 계속 징징대면서 아빠 멱살도 잡고 엄마 멱살도 잡고 하다가 드디어 먼저 깨는 사람의 손을 잡고 득의양양하게 마루로 나간다.(오늘은 아빠)
6시50분. 마루에서는 아침부터 뛰어다니다시피 하는 아이와 놀아주느라 이리쿵 저리쿵 소리가 울린다.(그렇다. 먹이고 재우는 것이 고민거리던 지난해와 달리, 이젠 놀아주느라 허덕인다.) 몇권 안되는 책부터 한바퀴 돌았고, 블록통이 다 뒤집혔다.
그 와중에 기저귀 갈고, 아침식사로 분유 40~80cc(여전히 혼합 중이다. 그런데 첫 분유가 계속 줄고 있다. 컵으로 줘서 그런가?), 치즈 1장, 바나나 2/3개, 식빵 1/2개를 차례로 대령한다. 아이가 컵으로 분유를 마시다 옷을 조금 적신다. 옷을 갈아입힐까 말까 고민한다. 어차피 하루 서너번 갈아입혀야 한다. 두번 정도 응가를 한다. (라디오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8시~9시. 마루에서 아이를 보던 아빠/엄마가 침실로 들어와 상대방을 깨운다.
아빠가 조금 더 자거나 씻는 동안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도록 2~5분 단위로 끊어서 일을 한다. 쌀씻고 놀아주고, 냄비에 국물 올리고 놀아주고, 야채 썰어넣고 놀아주고... 그보다 길어지면 아이가 달려와 싱크대와 엄마 사이에 버티고 서서 몸으로 엄마를 민다.-_-; 엄마는 지금 칼을 휘두르는 중이다. 안되겠다 싶어 냉장고를 열어준다. 아이는 황홀해 하며 한참을 냉장고 문가에서 논다.-_-;; 아빠가 눈을 뜨자마자/씻자마자 아이를 엄마로부터 떼놓는다. "이리와, 책 읽어줄께!" (이제 라디오는 MBC 뉴스를 거쳐 여성시대로 바뀌었다.) 건성건성 양치질을 하기도 하고.
10시. 모두 함께 식사를 한다.(아이로선 두번째 식사.) 그러나 아이는 절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분유상자로 된 전용의자도 있건만!) 숟가락으로 이리저리 해찰하고, 밥상 위로 올라가려는 아이를 붙잡고 달래면서 아빠가 힘겹게 먹고 먹인다. 함께 밥을 먹기 시작한 후로 그나마 쫓아다니면서 먹이는 일이 없어졌다. 아이가 밥상의 기능을 알게 된듯. 아빠가 아이를 먹이는 동안 엄마는 그나마 여유있게 식사할 수 있다.
이유식을 마친 아이는 유아식 단계로 들어서면서 어른 먹는 국, 반찬을 싱겁게 해서 먹고 있다. 오늘 메뉴는 쌀밥, 계란찜(양배추 등 아이가 잘 먹지 않는 야채를 먹이는데 매우 유용하다. 기침기가 있길래 배즙도 좀 넣었다), 시금치 나물(어떤 엄마의 조언대로 살짝 데쳐서 들기름, 깨소금에만 무쳤다. 좋아한다), 연근 조림(외할머니가 싱겁게 만들어다 주셨다), 그리고 아이가 언제나 환장하게 좋아하는 구운김. 아이 반찬이 떨어져 가는 시점에 엄마가 야심차게 준비한 감자 볶음은... 입에 들어가는 족족 뱉어버린다. 아무래도 실패다. 들기름에 볶은 호박 나물은 대박이었는데... 아무래도 들기름이 좋은건가?
10시30분. 아빠가 설겆이를 하는 동안 엄마가 아이와 놀아준다. 설겆이를 끝낸 아빠가 사무실로 출근하려는데 아이가 아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빠는 하는수없이 혁대에 매달리는 아이에게 혁대를 내주고 조금더 놀아준다. 엄마는 아예 차비를 차려 걸음마 연습을 시킬까 하다가 날이 추워 오후에 나가기로 결심, 문앞에서 빠이빠이를 시킨다. 그래도 아이가 징징대길래 빌라 복도에서 찬바람을 조금 쐬어준다.
11시. 엄마는 CBS 영화음악으로 라디오 채널을 바꾼다. 화분에 물을 준다. 아이는 화분을 만지거나 물을 튕기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아이와 더 오래 놀기 위해선 머리를 짜내야 한다. 오전 산책을 하거나 목욕을 할때도 있지만 낮잠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장난감으로 버텨야겠다. 스케치북에 크레용으로 낙서도 해보고, 블록도 다시 쌓아보고, 휴지도 뽑고, 북도 치고, 실로폰도 치고... 책이 두바퀴째 돌았다. 30분이 너무나 길다. 아아 빨래를 할걸. 빨래를 널면 30분은 족히 놀수 있는데.
겨우겨우 11시30분에 이르자 아이가 졸려한다.
11시30분. 엄마는 침실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점심 수유를 한다. 아침식사 후 시간 간격이 좀 벌어졌을때는 분유 140cc쯤 보충도 해준다.(낮잠에서 중간에 깼을때 먹이기도 한다. 그럼 먹고 계속 잔다.) 아무튼 낮잠이 한번으로 줄어든 이후로, 대낮 점심 시간에 잠을 자서 먹이기가 늘 애매하다. 낮잠 전에 밥 먹이고, 낮잠 직전/중간에 수유+분유 먹이고, 낮잠 후에 간식을 먹이는 걸로 버티고 있다.
배불리 먹고 난 아이가 뒹굴뒹굴거리면서 잘 태세를 갖춘다. (러비라기 보다는 노비에 가까운) 잠친구 코코와 투투에게 자기 분유나 엄마 젖을 나눠 먹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패대기도 치면서 누워서 옹알옹알 타령이 늘어진다. 침대 밖으로 도망갈때는 붙잡아다 도로 눕힌다. 때로는 "자자!"하고 강하게 말한다. 제 뜻이 꺾인 아이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힝힝대다가 어느 순간 스르르 잠이 든다. 아이가 스르르 잠들지 못하고 낑낑대며 힘들어하면 마주 안고서 투닥투닥 등을 두드려준다.
아이가 잠들면 엄마는 살금살금 빠져나와 컴퓨터에 빠져든다. 아까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아이가 낮잠에서 깰때까지 밥도 먹지 않고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
1시. 아이가 한번 깼다가 계속 잔다.(낮잠 연장) 이때 수유를 할때도 있는데 요즘엔 연장용 수유를 안하려고 노력중이다.
2시. 아이가 낮잠에서 일어난다. 일어나면 언제나 "엄마 엄마" 부르며 운다. 같이 누워 자던 엄마가 사라졌다는 데 배신감이 드나보다. 살살 웃으며 아이를 달래서 마루로 데리고 나오니 다시 책상자로 돌진한다. 빠방이를 끌고 온다. 활기를 좀 불어넣을까 하여 동요를 틀어준다.
2시30분. 아이에게 간식을 준다. 점심 수유 후부터 저녁식사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간식이라기 보다는 제2의 점심식사나 마찬가지다.
메뉴는 고구마(찌거나 삶은) 혹은 백설기, 사과, 요거트 등이다. 요즘 아이가 고구마에 물려하는데 오늘은 요거트도 떡도 떨어지고 해서 파스타에 치즈를 비벼주었다. 그런대로 받아먹었다.
간식을 먹으면서 아이는 앨범을 꺼내든다. 이녀석 요즘 앨범에 꽂혔다. 심심하면 제 키만한 앨범을 닥치는대로 끌고 와서 보여달라고 한다. 엄마아빠 결혼앨범, 자기 앨범 1,2,3, 돌 앨범... 사진 속의 사람이나 사물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이고?" "이고?"하고 묻는다. 매번 똑같은 걸 묻는다.
3시30분. 어디든 나가야 한다! 볼풀에서는 시들해질 정도로 놀았고 책장의 책도 모두 뽑아봤다. 작은 방 연필꽂이에 가득한 펜들마저 모두 던지고 나니 더이상 집에서 놀 거리가 없다! 다른 엄마 집에 놀러갈 건수라도 있으면 그나마 즐겁다.
아이는 양말을 들고 조르기 시작했는데, 추운날 갈데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 난감한 엄마. 일단 들쳐 업고 나섰다. 마트를 갈까 하다가 그냥 빵집에 갔다. 빵집 가는 길에 조금 걸려 봤는데 아직은 거리가 낯선지 자꾸 안으라 한다. 12kg짜리를 안고 언덕길을 거쳐 빌라 꼭대기층까지 오르면 숨이 찬다. 임신 전보다 1kg가 빠졌다.
4시30분. 한겨울 한시간 외출에 아이 얼굴이 온통 빨갛다. 겨울 맞으면서 엄마 애를 태웠던 양말 거부와 모자 거부는 고쳐졌는데, 마스크나 목도리는 여전히 싫다고 한다.(벗어 던져 버린다. 사실은 모자도 몇번 길에 버렸다. 엄마는 업고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가르쳐 줘서 모자를 줍기 일쑤.)
그러나 외출 후 희색이 만연해진 아이는 기분이 좋아 꽤 한참을 흥얼흥얼 노래하며 잘 논다. 그새 엄마는 늦은 요기를 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부엌일을 하는데 아이가 매달리면 하는수없이 TV를 틀어준다. 교육방송이란 채널도 온통 만화 투성이라 동물의 왕국이나 YTN을 한시간 가량 틀어놓는다.(장차 TV 대신 유아용 DVD를 보여줘야겠다.) 오늘은 TV에 나온 코끼리를 그림에서 찾아내서 엄마를 기쁘게 했다.
5시30분. 아이가 배고파서 허덕인다. 엄마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운다. 미역국은 아직 끓고 있다. 급한대로 치즈 한장을 먹인다.
6시. 겨우 끓은 미역국과 쌀밥, 그리고 아침과 같은 반찬(시금치나물, 연근조림, 구운김)으로 저녁을 먹인다. 감자볶음은... 여전히 뱉어낸다. 모진놈.
7시. 놀아주면서 슬쩍 눈치를 보니 눈을 비비기 시작한다. 장난감을 치우면서 침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마지막 수유를 하고 분유 100~200cc를 먹인다. 저녁 먹은 양에 따라 분유양이 많이 달라진다.
그런데 지난번에 소아치과에 갔다가 자기 전에 이를 제대로 닦이라는 경고를 들었다. 이제 돌도 지났으니 마지막 수유+분유 시간을 당기고 제대로 양치질을 시키고 재워야 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배를 든든히 채워서 재우고픈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고민끝에 짜낸 아이디어란게 분유 먹고 나서 뒹굴거리는 아이에게 칫솔을 물리는 것이었다.(입안을 찌르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유아용 칫솔이 있다.) 앞으론 점차 저녁 수유 시간을 당겨야겠다.(그런데 저녁식사 직후에는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렇다고 저녁식사를 6시 전으로 당기자니 너무 이른듯 싶다.)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칫솔에 유아용 치약을 계속 묻혀주다 보면 어느새 칫솔을 쥐고 있는 아이 손에 힘이 풀리고 숨소리가 골라진다.
엄마는 날듯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밥을 먹는다. 하룻동안 쌓인 설겆이도 해야 한다.(사실은 밥도 못 먹고 내처 자는 경우가 반이다. 초저녁부터 아이와 자다가 말똥한 정신으로 새벽에 깰때도 있다.)
11시. 11시에서 12시 사이에 꼭 젖을 한번 더 찾는다. 요즘 이 수유를 없애려고 고심중이다. "쭈쭈 자! 너도 자!" 그러면 얼추 먹힌다.
그러나 엄마도 자야 한다. 아쉽지만 컴퓨터를 끄고 일어난다.
마지막 기저귀를 간다.(이때 갈지 않으면 홍수 난다.)
댓글목록
제이맘님의 댓글
제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홍수.. ㅋㅋㅋ
라라님의 댓글
라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생생한 소식 잘 전해 들었네요.
울 연우는 넘 불쌍한듯....엄마가 넘 건성건성 놀아주니....
하윤맘님의 댓글
하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앙~어쩜 하윤이랑 똑같아요똑같아~
특히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쓰러져 잔다- 이부분이랑
낮잠후에 쫌만 지루해지면 옷가리키면서 나가자고나가자고..
요즘 날도 추운데 매일같이 마트며 동네사거리(신호등에 꽂혔어요~)
데리고 나가는데 하윤인 걷겠다고 난린데 종종 앞으로 팍 넘어지죠;;
꼭 소설책을 읽은것 같이 넘 재밌어요 진경이&진경맘의 하루..
동현맘님의 댓글
동현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너무나 생생하고 잼나요..저두 진경맘님 글을 흉내내서 동현이 일기 하나 올렸어요..히힝 죄송..^^;;
소현맘님의 댓글
소현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넘 생생하게 재미있어요^^
나윤맘님의 댓글
나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경이 하루일과를 보면서 함께 살면서 하고픈 맘음이 굴뚝같았네요^^.
받아주시려나요?ㅎㅎ
너두나도 재밌는 진경이 일과!ㅋㅋㅋㅋ
지윤맘님의 댓글
지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맞아요..ㅋㅋ 마지막 기저귀 안갈면 홍수 나지요...ㅎㅎ
주헌맘님의 댓글
주헌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주헌이도 요즘 기저귀 안갈아주면 홍수나요. 진경이의 하루 너무 재밌어요^^ 주헌이는 좀 심하게 놀듯 ㅋㅋㅋ